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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폭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이효철(아산청년마인드링크 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수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5/22 [17:51]

[기고] 학교폭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이효철(아산청년마인드링크 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수환 기자 | 입력 : 2023/05/22 [17:51]

[아산=뉴스충청인] ‘NETFLIX’에서방영 되었던 드라마‘더글로리’는학교폭력을 다뤘다. 시리즈물‘모범택시’에서도 주인공 일행이 학교폭력 가해자를 쾌단快斷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돼지의왕’, ‘약한영웅’ 등도마찬가지. 대중문화는 시대의 표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폭력문제가지금우리사회에서더이상은모르는척또는쉬쉬하며넘어갈성격의것이아니라는것, 즉그심각성에대한대중적공감대는형성된듯하다. 대중문화제작자다음가라면서러울정도로장안민심에관심이많은정치권에서도재빠르게손을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교육부에‘학교폭력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음주운전은 사회악이다’처럼,‘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대명제에 대해 누구도 이견이 없다보니,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법적인 처벌을 강화하겠다’든가, ‘대입전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정책이 속속 준비되고 있으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위시한 유명인 중 과거학교폭력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한번 제기되고 나면, 험악해지는여론에등떠밀려서둘러활동을중단하게되기도하는등이제학교폭력가해자는민-관이합심하여응징하겠다는결연한분위기를사회이곳저곳에서감지할수있다. 물론, 사후 처벌이라는 교정적 되먹임Negative feedback을 통해 문제의 감소를 기대해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사회가 한걸음 더 나아가‘학교폭력이 왜 자꾸 발생할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데, 정신건강문제에 몸을 담고 있는 직업인으로서, 어떤청소년의사례를통해한가지가능성을말씀드려보겠다.

 

중학생H군이 병원에 찾아온 이유는‘반복되는 또래와의 갈등’때문이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상은 거의 일방적으로 급우들에게 시비를 걸어 문제를 일으키는 식이다보니, 학교에서도더이상지도가어렵겠다는입장이었다. H군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는 쪽이었고 결국 다른 사람들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어린나이에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라게 된 H군의 마음에는 세상을 향한 불신과 미움이 가득했고, 그렇다보니 남들이 자기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같이 놀아주지 않으면 화가 난다고 했다.

 

“저를 무시 한다는 느낌이 들면 견딜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시비라도 걸게 되는 것 같아요”

 

충청북도 청주시와 청원군 소재의 초등학교 5,6학년 아동424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 방임,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부부폭력 목격 등의 아동학대 피해경험이 아동의 공격성을 의미 있게 증가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부모로부터의 학대는 피해자인 자녀의 자존감에 영향을 끼쳐서 결과적으로 자녀를 학교폭력의 가해자로도, 피해자로도 만들게 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보고되었다2.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는 자기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친구의 권리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안다. 이는 충분한 자존감이 밑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튼튼한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양육자와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자랄 수 있어야한다고 심리학과 정신의학계 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안정적인 양육을 제공할 수 있는 부모는 다시 돌아와서, 건강한 마음을 가진 부모다.

 

다양한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보호자들을 상담하며 확인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양육자의 일관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과, 반면에 양육자로서 안정적인 관계경험을 제공해줄 여력이 없는 부모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는 것이다. 산후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 등 얼마든지 치료로서 개선이 가능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대표적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양육은 마음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아이를 방임하는 소극적 학대에서부터 물리적 언어적 학대까지도 일어날 위험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기 쉽다.

 

아동학대가 우리사회에서 발붙일 곳 없게 몰아내는 것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훌륭한 예방적 대책이 될 수 있다. 아동학대는 불안정한 부모의 정신건강상태로부터 야기될 수 있으므로, 아동의 인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영유아 부모를 위한‘특별생애주기정신건강검진’이나, ‘치료비 지원 사업’등의 핀셋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더불어, 이 시간에도 전국곳곳에서 부모마음 못지않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있는 공동양육시설들, 아동학대 문제의 현실전면에 나서 맨몸으로 맞서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대한 실질적 지원강화를 우리사회에 부탁드린다. 상식이 통하는 성숙한 사회라면, ‘아동학대는 나쁘다’는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 오히려 그 당연함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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