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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 단상(斷想)

충청우정청 대전대덕우체국 김병섭

최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2/11/14 [14:56]

[기고] 가을 단상(斷想)

충청우정청 대전대덕우체국 김병섭

최정현 기자 | 입력 : 2012/11/14 [14:56]

 
[대전=뉴스충청인] 사무실 제 책상 맞은편에 커다란 거울이 있습니다.

출입구에 가림막 같은 역할도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행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하여 가끔 옷매무새를 고치기도 합니다.

제 책상 뒤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고 창문밖에는 조그만 공원이 있지요. 공단 한 가운데 있는 곳인지라 점심시간이 되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이야기 꽃 을 피우며 잠시 고달픈 시간을 잊기도 하는 장소입니다. 물론, 일어서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지요. 그렇지만 계절 따라 바뀌는 나뭇잎의 모습이나 햇빛은 맞은편 거울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오늘아침 일을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보니 햇빛이 커다란 나무 잎 사이사이에 잔뜩 내려앉아있는데 눈이 부셨습니다. 하지만 그 빛은 지난봄의 파릇한 연두색 잎에 비치는 그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박성우 시인이 “난 연두가 좋아. 풋내가 나는 연두. 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라고 했던 것처럼 들뜸과 설렘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봄의 빛이었지요. 마치 아기가 엄마 젖을 물고 안겨 있는 듯한 편안한 즐거움. 그런데, 오늘은 나뭇잎이 햇빛을 거부하는 것처럼 눈이 아파왔습니다.

나무의 삼분의 이 정도는 이미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는데요. 마치 이제 더 이상은 햇빛이 필요 없으니 다른 곳에 비춰라 라는 거부의 몸짓처럼 보였습니다.

과학적으로는 겨울을 나기 위하여 나무가 수분공급을 끊으면서 광합성작용이 저하되고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감춰진 본래의 색깔이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라는데 우리들은 그 잎들이 아름답다고 감탄을 합니다.

사실은 길고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뒤 새싹을 틔우고 격정적인 여름을 살고 또 다른 삶의 준비를 위하여 떨어져 거름이 되는 순화가 진정한 아름다움이겠지요.

그래서 생을 마친 죽음인데도 태우는 냄새가 좋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체국에 입사한지가 25년이 되었습니다. 비록 연두의 청춘은 아니었어도 마음만은 푸르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고도 남는 시간이 흘러 버렸습니다.

몸과 마음에 단풍이 들어갑니다.

오늘 우연히 자기 삶을 마치고 한 잎 거름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바라보며 과연 나는 이 가을의 낙엽처럼 동료들이나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소리 없이 떨어져 조그마한 자양분이 될 수 있어도 좋으리라 자신에게 타일러 봅니다.

꿋꿋하고 푸르게 국민의 공복으로서 사명을 다하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그림자로 남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봅니다 .

뚜렷이 의식하지 않고도 늘 거기에 있는 것이 사랑입니다.

선배들의 사랑으로 무성한 숲을 이루는 후배들을 기대하며 설레임의 찻잔을 채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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